기사 / 한국경제

착한 담합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2026.08.10.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현민석 변호사의 기고문 게재되었습니다.

 

 

1799년 영국 의회는 단결금지법을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모여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한 법이었다. 재봉공도 제화공도 동료와 품삯을 의논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죄명은 공모죄였다.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노동력의 가격 담합이다.

그로부터 두 세기가 흐르는 동안 그 '담합'은 범죄에서 권리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48년 제헌헌법이 근로자의 단결권을 기본권으로 새겼고, 현행 헌법 제33조가 이를 잇는다. 물론 조문이 곧 현실은 아니어서 이 땅의 단결권이 문서 밖으로 걸어 나오기까지는 1970년 전태일의 죽음과 1987년의 뜨거운 여름을 더 지나야 했다. 그 먼 길을 건너게 한 다리는 하나의 자각이었다. 개별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힘의 격차는 대등한 계약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2026년 한국에서 그 경계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선을 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816만 명의 사업자다. 정부가 지난 6월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가격과 거래조건을 공동으로 협상하거나 공동 납품 거부와 같은 단체행동을 해도 담합으로 보지 않게 된다. 참가자가 모두 소기업이면 공정위에 통지하는 것만으로 즉시 면제되고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대상은 국내 사업자의 98.2%, 약 816만 개다. 국회에서는 협상을 요구받은 대기업에 성실교섭의무까지 지우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담합을 규제해 온 나라가 일정한 담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착한 담합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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